상용화된 모든 휘발류, LPG 및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엔진에는 점화플러그가 실린더 마다 필수적으로 장착됩니다. 실린더 내부에서 압축된 혼합기를 연소하기 위한 일종의 불꽃을 만들어 주는 장치인데요, 가스렌지나 라이터를 켤 때 가스가 나오는 상태에서 부싯돌 등을 튀겨 불을 붙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디젤엔진의 경우 높은 열과 압력으로 혼합기를 자가 발화시키는 압축발화식 엔진이기 때문에 점화플러그가 필요 없으며, 냉간 시동시 자가발화를 유도 하기 위해 실린더 내부를 데워 주는 예열플러그가 장착되는데, 장착되는 위치와 모양(더 가늘고 길긴 하지만)이 점화플러그와 비슷하게 생겨서 잘 못 알고 계시는 분들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점화플러그는 엔진의 가장 뜨거운 곳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초당 수십에서 수백번 까지 점화를 반복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정기간이 되면 성능이 저하되고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점화플러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알뜰한 방법이겠으나, 애석하게도 점화플러그는 엔진의 구동에 가장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부품인 만큼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폭발행정이 적시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우며 엔진에 고장을 야기할 수 도 있습니다. 또한 완전히 고장이 나지 않아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서서히 저하되기 때문에 엔진의 출력 및 효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화플러그는 보통 예방정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엔진 마다 다르지만 보통 제조사들은 4만키로~16만키로 정도로 천차 만별입니다. 다만 최근 10년 이내 출시된 차량들은 대부분 백금이나 이리듐을 사용하기 때문에 8만키로 이후가 되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입고되는 차들 중 GDI엔진이 장착된 최근 10년이내에 출시된 차량들의 경우 누적주행거리가 8~10만 키로 사이에서 점화플러그 노화나 고장이 원인이 되는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물론 4~6만 키로에서 문제가 된 경우도 보았고 10만 키로를 훌쩍 넘겨서도 멀쩡한 차도 보았지만요. GDI엔진 특히 GDI엔진에 터보가 조합된 엔진 그리고 발열이 높은 LPI엔진들은 10만 키로 정도가 별다른 고장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최적의 효율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위의 사진은 10만키로 정도 주행한 LPI 엔진에서 나온 점화플러그 입니다. 좌측 신품과 비교 시 간극이 매우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보통 팁부분의 마모가 두드러지는 게 일반적인데, 해당차량의 경우 팁의 마모도 보이지만, 최상단 접지전극 부가 많이 닳아서 소손되었네요. 각져야할 접지전극 끝부분이 칼처럼 날카롭게 변했습니다.
이번에는 8만키로 주행한 자연흡기 GDI 엔진의 점화플러그입니다. 팁부분이 마모되어 뭉뜩해지고 짧아졌으며, 접지전극부 끝단 역시 약간의 마모가 보이는데요, 결론적으로 신품과 비교했을 때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지침서상에 명시된 해당차량들의 규정된 간극 값은 0.7mm~0.8mm로 되어 있습니다만, 8~10만키로만 주행하여도 간극이 1mm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불과 0.1~0.3mm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점화플러그는 간극에 매우 예민합니다.
일반적으로 전극간극이 넓어질수록 스파크를 발생시키기 위한 전압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즉, 정상적인 간극을 유지하는 점화플러그 보다 간극이 벌어진 점화플러그에서 스파크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는데요, 점화플러그 교체를 소흘히 하는 경우 점화플러그에 전기를 승압시켜 공급하는 점화코일에 부담이 가중되어 점화코일의 수명이 급속히 짧아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신품 기준으로, 스파크를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압은 엔진의 부하도나 출력요구도에 따라 15,000볼트에서 25,000볼트 정도 범위를 오가며, 점화코일은 12~14볼트의 차량의 전원을 공급받아 최대 30,000볼트 정도 까지 점화플러그에 전압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점화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간극이 규정치에서 0.1mm 정도 증가할 때 마다 스파크 발생을 위해 요구되는 전압은 약 3,000볼트가 증가하는데요, 간극이 벌어지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에서 부터 공급전원이 요구 전원을 따라오지 못해 실화가 발생되기 시작합니다. 아마 이 때 대부분의 차주들은 출발할 때 혹은 언덕을 오르거나 가속하는 등 부하가 많이 걸릴 때 엔진에서 깔깔깔 거리는 노킹음이 발생하고 힘이 빠진다는 이유로 정비소를 찾게됩니다. 노킹센서가 노킹을 감지하면 ECU는 엔진보호를 위해 바로 타이밍을 지각시켜 힘을 쫙 빼버리거든요.
점화플러그 교체를 위해 정비소를 방문하면 또 하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점화플러그와 늘 함께 따라다니는 점화 코일의 교체 여부입니다. 점화코일은 12~14볼트의 차량 전원을 10,000~30,000볼트까지 승압시켜 점화플러그에 고압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점화코일은 점화플러그를 교체하기 위해 탈착이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점화플러그 교환 때 함께 신품으로 교체한다면 별도의 공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화 코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점화플러그에 비해 2배~10배 까지 가격이 비싼 부품이기 때문에 예방정비로 교체하기에는 다소 고민이 따릅니다.
사실 점화코일은 분명 소모품은 맞지만 점화플러그와 다르게 막상 수명을 다하기 직전 까지도 성능이나 효율이 저하되거나 하는 등의 전조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명을 다하는 시점 역시 10만 키로정도를 넘어가면 복볼복 수준이거든요.
극단적으로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6~8만키로에도 고장나는 경우도 있는반면, 폐차할 때 까지 단 한번도 교환하지 않는 차량도 드물게 있습니다. 또한 제조사가 권장교체주기를 명시하고 있는 점화플러그와는 달리, 점화코일은 별도로 명시된 권장교체주기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작업성이 뛰어난 4기통 차량들의 경우 교체가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누적주행거리가 높지 않다면 굳이 예방정비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만에 하나 운이없어 고장나면 그 때 바꾸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왜냐면 10만키로 내외 이전에서 고장날 확율이 낮으며, 고장이 발생해도 교체가 비교적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장 때문에 엔진에 부조가 나거나 심하면 견인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고장확율이 극히 낮으니...)
그래서 정상적인 운행 패턴을 갖는 차량이 6~10만키로 쯤 첫 점화플러그를 교환하는 경우 굳이 점화코일까지 함께 교체할 필요는 없으니 다음 번 점화플러그 교체 주기 때 함께 교환하는 것으로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반면 V6엔진의 경우 점화플러그 교체가 다소 까다로운데요, 엔진의 구조상 흡기 매니폴드 등 각종 부품 탈거가 선행되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은 V6엔진이 올라간 제네시스DH 차량인데요, 해당 차량과 같이 점화플러그에 접근하기 위해 흡기매니폴드 등 많은 부품의 탈거가 선행되며 가스켓류 등 교체가 필요한 부품도 발생합니다. 심지어는 와이퍼와 엔진격벽 까지 탈거가 필요하며 시간도 반나절 가까이 필요합니다. (모든 V6엔진이 다 어려운 건 아닙니다. 쉬운 차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차종들의 경우 점화플러그를 교체하면서 이왕 뜯은김에 점화코일도 같이 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차후 점화코일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시 이만큼 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점화코일의 부품가격보다 교체 공임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물론 현대차 점화코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대/기아차 기준이며, 점화코일 부품 가격이 현대 기아차에 비해 3배에서 10배 까지 비싼 수입차나 일부 쉐보레 차량이라면, 고장징후를 보이기 전에 점화코일 교체까지 예방정비를 권해드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방정비의 범위와 선택은 어디까지나 차주의 몫입니다. 세심한 관리와 함께 차량의 높은 효율과 성능을 신차 수준으로 계속 유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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