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파워라 함은 배기량, 즉 얼마만큼의 공기와 연료의 혼합기를 연소실이 수용할 수 있냐 하는 체적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연소실을 넓게 만들어 배기량을 키우면 출력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연소실을 단순히 무작정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리적인 공간 확보, 무게 증가, 생산단가 또한 비례하여 올라가며, 막상 힘이 필요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커진 연소실에 맞춰 크고 무거워진 피스톤을 움직이기 위해 연료 소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기량이 크면 취득세를 포함,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 세도 비싸집니다. 그래서 통상 1기통당 최적의 배기량은 500CC 내외로 보고 있는 게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연소실 체적을 늘리지 않고 힘이 필요할 때만 연소실 체적 증가의 효과를 갖게 할 수는 없을까요? 네, 바로 과급기입니다.
과급기는 한정된 배기량의 연소실에 흡입되는 공기를 강제로 높은 압력으로 과급하여 한정된 배기량을 넘어서는 폭발력을 갖게 해 줍니다. 한마디로 같은 용량의 같은 물리적인 공간이지만, 공기와 연료 혼합기를 높은 압력으로 과급하여 통상 자연적으로 주입될 공기와 연료 혼합기 보다 많은 량이 주입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물리적으로 배기량을 키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압력으로 과급을 해 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동력이 필요합니다. 차량에서 쓰는 12V 그의 몇 배가 되는 전기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못 해도 48V 이상은 되는 초강력 모터는 되어야 초반에 잠깐 마일드하게 어시스트 해주는 정도가 될까 말까 합니다. 그래서 과급기들은 엔진의 동력 또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합니다.
통상 가장 흔하고 널리 쓰이는 타입의 과급기는 터보차저 방식으로, 연소 후 배기되는 높은 압력을 동력원으로 활용하여 흡기를 과급시켜 주는 방법이 되겠는데요, 비교적 차지하는 공간도 적고, 어차피 버려지는 배기압을 동력으로 쓰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은 편이고, 압축할 수 있는 양도 큰 편입니다. 하지만 동력원이 배기 압력인 만큼 발진 초반이나, 상대적으로 배기압력이 낮은 저 RPM 구간에서는 크게 도움이 못 되는 편이며, 배압이 어느 정도 올라 출력이 최적화되기까지 지연이 발생합니다. 일명 터보랙이라고 합니다. 터보차져 구동을 위한 압력이 생기는데까지 불과 1초도 안될 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운전자에게는 답답함과 머뭇거리는 현상도 느껴지게 되고, 초반에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쌓이는 배기압으로 인해 한꺼번에 힘이 확 쏟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력 자체가 일정하지 못하고 차량이 울컥인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물론 이런 성향 자체도 터보차져의 재미로 볼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최근 들어 터보차져의 제어 기술이 발달하고 섬세해짐에 따라 이런 단점들은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며, RPM 영역대마다 단계적으로 빠른 응답을 제공하기 위해 터보차져를 여러 개 운용할 수 있는 기술도 더해져 터보차져 특유의 초반 답답함과 "꽝터보"라고 불리던 울컥거림은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크기가 작아 전체적인 엔진 패키징에 유리할뿐더러, 효율이 높아 최근 제어기술 발전과 함께 거의 대부분의 과급 차량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터보차져의 경우 엔진오일을 사용하여 주요 마찰부를 윤활시켜 주고 기밀성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엔진오일 교환만으로 터보차져에 필요한 윤활유도 함께 새롭게 교체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오늘 보시는 슈퍼차저 방식입니다. 슈퍼차져는 엔진의 배기압과는 별개로 크랭크축에서 동력을 얻습니다.
즉 시동이 걸린 순간부터 엔진과 한 몸처럼 고무벨트를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차량에 탑재된 발전기나 에어컨 컴프레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득합니다. 배기압에서 동력원을 얻는 터보차저와는 달리 초반부터 지연 현상이나 터보랙이 전혀 없습니다. 엔진의 회전수와 거의 동시에 과급량이 늘어나니까요, 그래서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감각으로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일정하게 동력을 보태 줍니다.
사실 과급기 형태로는 수퍼차져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동력원이 엔진 크랭크 축에 바로 물려있다 보니, 버려지는 배기압을 사용하는 터보차져와 달리 엔진의 힘을 일정 부분 늘 차지하게 됩니다. 차량마다 다르지만, 통상 최대로 과급할 때, 많게는 50마력까지 엔진의 출력을 빼앗게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 효율성을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슈퍼차져는 거대하고 무거운데, 이 장치는 흡기 쪽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엔진 상단에 장착이 되어, 무게중심면이나 패키징 면에서 분리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급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도 크랭크축과 직결되어 늘 회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필요 없을 때는 동력을 차단시키는 커플러를 장착한 모델도 있음. 예. 아우디 후기형 50TFSI) 막상 과급이 불필요 한 경우에도 일정 부분 회전하며 엔진에 약간의 부하(과급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큰 부하는 아님)를 주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분리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몇몇 메이커에서 꾸준하게 슈퍼차져를 도입하는 이유는 바로 출력의 양이나 효율은 부족할지 몰라도 출력의 질 자체가 터보차져 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슈퍼차져의 경우 엔진 회전축에서 동력을 얻기 때문에, 공회전 상태에서 곧바로 큰 출력을 요구하여도 즉답식으로 리니어하게 출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터보랙이나 꽝터보와 같은 현상이 없는 것이죠. 그리고 토크 밴드 자체도 대배기량 엔진과 같이 부드럽고 플랫하게 일정하게 올라가게 설계가 가능합니다. 즉 터보차져와 같이 순간순간 힘이 팡팡 터지는 점은 부족할지 몰라도, 어느 속도 어느 RPM 구간에서도 지연 없이 큰 이질감 없이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같이 바로바로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즉답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스포티 성향의 차량이나, 시종일관 강한 힘을 지연 없이 부드럽게 바로바로 제공하여야 하는 고급 차량 모두 만족시키게 되기 때문에, 효율성의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하드코어한 성향의 스포츠 모델이나, 스포티 성향의 고급 차량에게 애용되고 있습니다. 슈퍼차져를 장착한 대표적인 차량은, 미니의 일부 스포츠 모델과 랜드로버, 재규어의 초고성능 모델 그리고 볼보 T6, 아우디 V6 TFSI 등이 있으며, 2010년도 초반까지는 벤츠 C200, E200 등에 쓰이는 2.0 compressor 엔진이 슈퍼차져 엔진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아우디의 V6 TFSI 엔진들은 현행 엔진을 끝으로 신형부터는 모두 일반적인 터보차져로 변형되었고 다른 메이커들도 점차 일반적인 터보로 대체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출력의 질이 좋고 이점이 많은 슈퍼차져지만, 효율, 환경, 경량화, 원가절감 등의 키워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나 봅니다. 물론 터보차져의 제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슈퍼차져 못지않게 부드럽고 즉답적인 응답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요.
슈퍼차져든 터보차져든 두 시스템 모두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초고온으로 압축되는 공기를 밀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윤활의 중요성은 매우 높은데요, 터보차져의 경우 회전축 마찰부의 윤활을 담당하는 오일은 엔진오일의 일부가 흘러들어가 그 역할을 함께 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 없이 터보차에 맞는 내열성이 높은 메이커 권장 규격의 엔진오일 교체 만으로 터보차져의 윤활유도 함께 교체가 되게 됩니다.
반면, 슈퍼차져의 경우 엔진오일과는 별개로 독립된 윤활 체계가 존재합니다. 바로 크랭크케이스에서 벨트로 동력을 받아 두 개의 임펠라를 연결해 주는 기어부가 오일에 잠겨있게 되는데요, 이 오일은 매우 빠르게 회전하는 기어에 잠기기 때문에 엔진오일 보다 낮은 점도의 전용 합성유 성분의 윤활유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오일은 밀봉된 기어회전부 씰의 경화를 방지하여 압력소손을 방지하고 기어부 마찰 절감과 마모방지를 위한 역할만 수행하지만, 초도 주입량이 155ml (아우디 이튼 슈퍼차져 기준)로 매우 적고 통상 10만 키로 내외가 되면 거의 자연적으로 소모되어 없다시피 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경험상 20만 키로가 다 된 차량에서도 거의 정량이 배출된 사례가 있고, 6만 키로 차량에서도 거의 안 나오다시피 한 사례도 있거든요.
실제 아우디 V6 TFSI 엔진에 슈퍼차져를 제공하는 이튼사에 문의를 해보면, 무교환이라는 제작사 말과 달리 늦어도 10만키로 내외마다 오일 교체 또는 보충 서비스를 실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과거 일부 유닛에서는 슈퍼차져 오일 레벨게이지까지 별도로 존재한 차량이 많았던 것을 보면, 오일 관리를 등한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션오일도 제조사는 무교환이라 하지만 ZF에 직접 문의해 보면 대한민국과 같은 환경에서는 8만~10만 키로 마다 교체를 권장한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입고되는 차량들을 보면, 실제 오일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태에서도 당장 큰 불편함을 느끼거나 당장 큰 고장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드레인이 되어 나오지 않더라도, 기어부에 소량 잔유하며 코팅된 오일들이 최소한의 윤활 역할은 해주기 때문인데요, 무부하 상태에서 손으로 풀리를 돌려도 당연히 큰 차이는 느끼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5만, 6만 키로 이상 지속이 된다면, 분명 기어부가 일정 부분 잠겨있어 냉각역할과 윤활 역할을 하게 되는 오일이 없으니, 마모도 심해질 것이고, 무부하 구간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부하가 걸리는 구간에서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밀을 유지해 주는 고무 씰링도 점차 말라버려 기능을 상실하여 압력이 소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교하게 두 터빈의 타이밍을 맞춰 주는 씽크로나이져 역할을 하는 기어의 마모가 커지게 되면 정상적으로 회전을 못하거나 두 임펠러가 서로 간섭하여 팝콘을 튀기는 것 같은 메탈성 소음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함은 부스트가 최대화되어 시원하게 차량이 발진해야 하는 2~3천 RPM의 구간에서의 소음이 커지고 차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겪게 되고, 공회전 시 끽끽 거리는 쇠 갈리는 소리가 나거나 뭔가 이상한 소음이 나게 되어 정비소를 찾게 됩니다만, 운이 좋은 경우 오일 보충만으로 다시 원상복원되는 경우도 많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비싼 수리비를 지불하게 됩니다.
세상에 영구적인 오일은 없습니다.
현대의 기술로는 아직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제조사가 설정한 목표 내구성 기간(예.30만 키로) 동안 차가 멈추지 않고 어느 정도의 특정 효율(예. 60%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정도까지의 내구성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롱라이프 오일은 잘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즉, 무교환 오일의 기준이라 함은, 많은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입하고 팔기 전까지 해당 차량을 보유하게 되는 평균 사용 기한인 약 5~7년 내외 (10~14만 키로 이내) 까지는 효율 저하에 따른 큰 불편함이나, 고장 없이 탈 정도의 차량 상태를 오일 교체없이(무교환이라고 하는 오일인 경우)도 보장해 준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는 게 가장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작업사례는 하기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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