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크루즈 차량이 미션오일 교체를 위해 입고되었습니다. 미션오일은 사실, 오일은 오일이면서 오일인 듯 오일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오일'이라 칭하는 윤활유(Lubricants)의 역할도 분명 크지만 이에 상반되는 적정 마찰력을 자동변속기 내부 클러치판에 제공해야 하는 상반된 임무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압장치처럼 유압유의 역할도 하는데, 토크컨버터에서는 엄청난 압력으로 차를 추진시키는 유압을 생성하고, 밸브 보디 내에서는 정확하고 부드러운 변속을 위해 낮은 압력으로 세밀하게 움직이며 각종 밸브를 제어합니다. 그러면서 열과 압력에도 강하고 수명도 길어야 합니다.
이 이상한 오일은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사실 '액'이라고 부르는데, ATF (Automatic Transmission Fluid) 즉, 자동변속기 '액' 인 것이죠..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이면서 Chemical 기술의 절정체입니다. 이 변속기액은 물론 수명이 있으며, 동력전달, 변속 등 변속기와 관련된 모든 기능을 관장하기 때문에 노화로 인해 성상에 변성이 일어나거나 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운행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운행감이 이상하거나 차가 무겁거나 변속충격이 오기 시작하는게 느껴 졌을 때 보통 미션오일 교환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이미 증상이 느껴질 정도라면 변속기에 고장을 유발하거나 조기마모 등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 심한경우 미션오일 교체만으로는 원상회복이 되지 않아 비싼 수리비가 지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변속기나 구동계 오일은 일정 기간을 두고 예방정비 차원에서 접근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일 배출에도 최적의 온도가 있습니다. 보통 장거리 주행 후 입고되는 차량은 입고직 후 온도가 너무 높은 경우가 많아 잠깐 식혀주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배출에 적합한 온도에 도달한 것을 확인 후 차를 올려줍니다.
드레인볼트를 개방 후 시원하게 드레인 시켜줍니다. 그냥 육안으로만 봐도 추가 주입 및 드레인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추가 드레인여부는 현장에서 배출상태를 보시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드레인볼트 끝에는 자성을 띄고 있어 변속기 내부의 조기 마모나 파손으로 인한 쇳가루 검출여부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해당차량의 경우 정상적인 마모에 의한 메탈성 슬러지만 일부 부착된 것이 보일 뿐 있어서는 안될 파손된 부품조각 같은 이물질은 보이지 않습니다. 매우 양호한 상태입니다.
배출되는 사용유의 상태가 나쁘지 않아 1회 드레인으로 마무리 합니다. 드레인볼트는 신품 와셔로 교체합니다.
드레인볼트는 손으로만 살살돌려 끝까지 체결 후 토크렌치를 사용하여 규정토크로 잠궈줍니다.
신유 주입구는 배터리와 배터리 트레이를 제거하면 접근이 가능합니다. 다행이 이 두가지를 제거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해당차량은 현대파워텍 전륜구동형 6단 변속기 장착차량으로, SP-4 규격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신유는 캐스트롤 트랜스맥스 DEXRON6 제품 입니다. 순정규인 SP-4 규격을 만족하면서 순정대비 약10% 높은 동점도로 인해 변속기 보호와 부드러움이 두드러지면서도, 뛰어난 윤활성능에서 오는 마찰저감 성능으로 무겁기는 커녕 오히려 가벼운 느낌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매우 우수한 100% 합성유 제품입니다.
참고로 동점도는 섭시 40도에서 30.2mm2/S 그리고 100도에서 5.9mm2/S에 점도지수는 161 그리고 유동점은 섭시 영하 -54도로, SP4 규격의 하한치 점도 대비 약 10% 높은편입니다(매우 구형차량용 SP3와 SP4의 중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점이 낮기 때문에 겨울철 및 냉간상태에서 변속충격을 제거하는데도 유리합니다.
캐스트롤 사에서 공표한 MSDS상 구성요소는 일반적인 3기유 합성유 20~50%, 그리고 비공개 베이스유와 1~5% 의 첨가제 (Methacrylate copolymer - 전단안전성을 위함)으로 나오는데, VHVI기유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스유는 비공개 입니다만, 영하 -54도의 유동점 하나만 보더라도 PAO베이스임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광유 또는 일반적인 VHVI만으로는 유동점강하 첨가제를 어마무시하게 때려 넣지 않는 이상 절대 나올 수 없는 유동온도일 뿐더러, 오일 통에도 명시 했 듯, "Fully Synthetic" 즉 100% 합성유 이기 때문에, VHVI(20~50%)+PAO(베이스 유의 나머지 전부)베이스가 유력하겠습니다.
해당 제품은 원가 자체도 여러 브랜드의 자동변속기액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마찰로 인해 쇳가루가 나온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노화 현상의 일부분이지만, 어딘가에서 마찰로 인한 마모가 있다는 뜻 입니다. 100% 복구는 어렵지만 검증된 복원제를 주입하여 조금이나마 신차 상태로 돌릴 수 있도록 합니다.
신유를 천천히 주입합니다. 오버플로우 방식의 레벨링 때 버려질 양을 감안하여 인위적으로 과주입 합니다.
주입 후 PRND 변속을 수차례 반복하여 신유를 잘 돌게 한 후 유온을 확인하는데, 이미 레벨링 규정온도 저 멀리 밖으로 상승해 있습니다. 이미 달궈진 변속기 하우징 및 히트익스체인져를 돌면서 준 열간 상태의 냉각수로 인해 온도가 바로 올라 버립니다.
식혀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50도 아래로는 떨어져야 천천히 여러번 변속도 진행하고 공회전 상태에서 안정화 시간도 약간 갖으면서 목표 온도에서 레벨링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규정범위는 50~60도 이며, 닥 중간인 55도에서 레벨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설프게 52~3도에서 시작하면 PRND 변속을 한차례만 진행해도 55도는 금방 넘어가 버리거든요.
온도가 충분히 식으면 시동을 걸고 PRND 변속을 천천히 수차례 진행합니다.
변속이 끝나고 약간 더 온도가 오를 때 까지 기다렸다 레벨링플러그를 개방하면 과주입분이 쏟아져 나옵니다.
과주입분이 배출되는 동안 교체가 필요한 레벨링플러그 가스켓을 교환 후 계속 방치하다가,
주르륵하고 배출되는 오일이 쪼르륵 하고 미량만 방출이 되거나 똑똑 방울로 떨어지기 시작할 때 재빠르게 베렐링플러그를 손으로 잠굽니다. 참고로 레벨링플러그는 손으로만 잠구는 똑딱이 방식입니다.
정확하게 목표하였던 온도에서 레벨링이 마무리 된 것을 확인합니다.
좌측이 최초 배출분이며, 우측이 레벨링 때 오버플로우된 오일입니다. 교환이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산해보니 약 500ml 가량 과부족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별다른 누유가 없는 것으로 보아 열화에 의해 증발되었거나 초도충진유가 약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배출된 사용유를 샘플링 하여 비교해 봅니다. 레벨링시 배출된 오일이 현재 차량에 주입된 오일의 상태로, 1회 드레인 교체만으로도 신유와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차례 시운전을 다녀오며 변속감과 이상여부 확인 후 다시 차를 띄어 하부 작업부위를 꼼꼼하게 점검합니다. 매우 깔끔하게 작업이 잘 된 것을 확인 후 언더커버를 재 조립합니다.
출고전 진단기를 통해 폴트검출여부까지 확인하면 모든 작업이 종료됩니다.
정확한 규격을 총족하는 최고급 오일과 칼같은 레벨링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까지,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듭니다.